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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gkoo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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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구 작가에게 특별한 기억을 남겨준 위스키들을 소개한다. 위스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달라 하니 유학 시절부터 최근까지의 소중한 추억을 하나씩 꺼내놓는다. 특정한 순간으로 데려다주는 노래의 힘처럼, 작가가 꼽은 위스키의 향과 맛은 그때 그의 상황, 공간이 지닌 분위기, 함께 있던 사람과의 대화 등을 상기시켜 준다.

ARTIST HYUNGKOO LEE WRITER GEUNYOUNG PARK EDITOR DANBEE BAE PHOTOGRAPHER CJIN KIM
THIS PROJECT <PRINTS> WORKED WITH RAWPRESS
1. Jack Daniel’s Old No. 7
Jack Daniel’s Single Barrel Barrel Strength
“미국 유학 시절에 처음 구매했던 위스키예요. 록카페에 갈 때마다 마셨고, 피자먹을 때면 잭콕을 만들어 곁들였던 터라 평범하게 생각했었죠. 그런데 요즘들어 다시 즐겨 찾고 있어요. 역시 피자는 잭콕과 조합이 좋다는 걸 새삼 느끼기도 했고, 최근에 우연한 기회로 맛본 잭 다니엘의 싱글 배럴 에디션으로 이 술의 진가를 느끼게 되었거든요. 64.5%로 도수가 높은데도 놀랍도록 부드러워요. 같은 브랜드이지만 내가 알던 잭 다니엘스가 아니었어요. 어릴 적 친구가 어느 날 재벌이 되어 나타난 느낌이랄까요.”
2. Oban 14 Year Old
“원래는 맥캘란 12년 셰리 오크Macallan 12 Year Sherry Oak를 소개하고 싶었어요. 제가 가장 처음 접한 싱글몰트 위스키이자, 그동안 가장 많이 마신 위스키이거든요. 그런데 코로나 19로 가격이 많이 오르고 구하기 힘들어졌죠. 그래서 찾은 것이 오반 14년입니다. 대형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술인데 맛도 떨어지지 아니라서 요즘 제일 즐겨 마셔요. 특히 집에서 스테이크를 구워 먹을 때 조합이 좋아요.”
3. Glenmorangie Nectar D’Or
“작년 여름에는 하이볼에 꽂혀서 한참 즐겼어요. 한남동의 한 주류매장을 찾았을 때 이 술을 추천받았는데, 시음해보자마자 반했어요. 직원분의 설명처럼 맛있는 화이트 와인이 느껴졌어요. 과일 향이 하이볼 만들기에 제격이라 아껴 마시다가 동나면 다시 한남동 그 매장으로 찾아가고 그랬어요.”
4. GlenAllachie 2006 Single Cask 15Y_ Busan Edition No.1
"부산 여행 중에 들른 스피크이지 바에서 맛본 위스키에요. 스피크이지 바는 1920~1930년대 미국 금주법으로 몰래 운영하던 주점에서 유래된, 간판도 없이 숨겨진 콘셉트로 운영되는 곳을 말해요. 옆 테이블에서 마시고 있는 위스키가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가게에서 가장 도수가 높은 위스키라 하시더군요. 부산에서 위스키 바를 운영하는 사장님 네 분이 글렌알라키 증류소의 싱클캐스트크를 베럴로 산 다음 다시 병입을 해, 작품처럼 넘버링도 남긴 부산 에디션 술이라 의미도 깊었고요. 이 위스키를 맛보기 위해 중간 도수의 다른 위스키들을 몇 잔 마시며 빌드업을 해 나가는 과정도 즐거웠었어서 기억에 남아요.”
5. 몽환의 창의력
“충북 MBC 유튜브 계정에서 바이오 업계에 종사하는 다섯 전문가가 모여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과학 콘텐츠를 만드는 ‘바이5남매’라는 팀이 있어요. 그중 한 과학자분이 실험실에서 누룩의 미생물 발효와 증류를 통해 얻어진 전통 소주를 오크칩 등 다양한 물질들과 침출한 위스키입니다. 오크통에서 발효하지 않았는데도 오크향이 나죠. 이름도 재미있고, 저도 ‘케미컬Chemical’ 시리즈에서 과학적 접근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터라 흥미로워요.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한때 실험실 같은 바를 꾸며 직접 제조한 칵테일을 관객들에게 나눠주고 술을 마신 사람들의 화학 변화를 관찰하는 자리를 계획한 적이 있었거든요.”